예상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서울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 위치를 파악해놓은 뒤에 인근 대학교인 성균관대학교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학교는 생각보다 컸던 걸로 기억한다. 해가 질 무렵에 학교를 나와 연극 로로 향했다. 다행히 시작 전에 도착했고. 미리 온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청주 시어터 제이 오셀로 연극했던 그 장소와는 사뭇 다른 규모가 되게 작은 소규모 소극장이었다. 정말 생각보다 작아서 깜짝 놀랐지만 더 가까이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두 번째 줄에 앉아서 감상하였다. 연극 내용이 우리 세대와는 다른 옛날 시절의 배경으로 한 연극이라 이해하기 힘든 것 같았던 것과 오셀로와는 전혀 다른 사랑 이야기, 오셀로와 정반대인 비극 아닌 순박한? 사랑 이야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 같았다. 이번엔 어떤 배우가 또 다른 인상을 심어줄까, 이 연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 한 것도 잠시였고, 옛 배경과 함께 노래가 흘러나오며 연세 지긋하신 흔들의자 위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계시는 한 노녀를 비추는 걸로 전개된다. 그 노녀의 이름은 순심.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살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배우의 연기와 고조되는 분위기에 빠져 또 이렇게 몰입하게 됐다. 그렇게 순심의 독백은 시작되고 장마철 잠시 비가 그친, 어느 날. 벤치에서 우연히 한 노부, 그렇게 첫 만남은 시작되고, 벤치라는 배경에 서로 또 한날 만나게 된다, 남자 주인공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되게 부를 이루고 사는 것 같다. 한 명의 남자를 데리고 다니고 다니는 만복과 마주하게 되며 티격태격 싸우고, 갈등을 겪고 또 음료수 하나에 화해를 하며 지난 과거 이야기한다. 시 한 구절, 서로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고향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서로 50년 전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람이었다는 걸 눈치챔에도 불구하고 서로는 늙어버린 자신을 한탄한 체 서로 그렇게 내일 또 만나자는 메시지와 함께 그렇게 막을 내린다.
연극 "살다보면"도 "사랑"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며 순심 그리고 만복 그 둘의 옛사랑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연극은 역동적인 연극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 그리고 행동이 아닌 배우들의 감정이 담긴 대화가 주를 이루어 한편의 동화를 보는 듯했다. 틈틈이 지루하지 않게끔 섞여있는 익살스러운 멘트와 능글거리는 말투, 소소한 재미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셀로와 전혀 다른, 사랑이라는 주제는 같지만 분위기는 정 반대였다. “살다보면”의 배경이 지금 현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보다 그 시점의 시절 표현방식이나 그 시절의 배경 등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어르신들이 관객으로 많이 보이셨는데 연극을 보시면서 빠르게 변하는 이 현대사회를 뒤로 한 채 그 옛 시절의 향수를 그리워하시는 것 같았다. 마치 그 연극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연극이라는 문화는 또 다른 어떤 이에게 새로운 여운을 남기는 좋은 문화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이에게 시를 쓰고 읊어주는 게 지금 사회에서는 보기 드물고 하기 힘든 표현이기도 하고, 요즘은 슬프지만 물질적인 것들이나 보이는 것들이 사랑 표현의 주를 이루는 것에 비하면 한 사람을 생각하며 시를 쓰고 읊어준다는 것은 정말 멋지고 감동적인 표현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옛 분위기여서 그런 걸까. 아니면 연극을 보러 오신 어르신들 때문이었을까. 문득 나와는 다른 시절을 살아오신 오래전 시절 지금과는 다른 문화를 겪어 오신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다. 같이 이 연극을 보았다면 어땠을까.
그 시절엔 어떻게 사랑을 했을까. 표현방식은 어떠했을까.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내가 만약 50년 전 사랑했던, 그 여자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했을까. 주인공들처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늙어버린 자신 때문에 말하지 못할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연극을 통해 매번 생각하는 게 많아졌다. 연극이라는 장르, 정말 신기하기까지 한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호흡, 표현방식 하나하나에 각기 다른 감정 변화와 작은 소규모 극장 안에서 펼쳐지는 조명 하나에 달라지는 분위기, 그렇게 또 한편의 연극이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자식 생각하며 하루하루 아름답게 그리고 후회 없는 생을 마무리하고 계시는 어르신 분들께 향수를 느껴 보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연극은 마지막 대사에 여운을 주듯 끝나는 것이 하나의 표현 방식이라 생각하는데, 마지막 엔딩에서 내일 또 만나자고 하는 것에 담긴 의미는 어쩌면 지루하고 심심했던 삶에서 우연히 찾아온 인연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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